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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임신기록

[출산] 40주 2일 양막파수 17시간진통 자연분만 까꿍이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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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 2일 눈물로 만난 까꿍이

 

 

 

 양막파수 

 

이날따라 아침부터 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조리원에서 입을 두꺼운 옷을 전날 빨아서 널어놨는데 건조기로 빨리 말려서 출산가방에 넣어놓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뜨자마자 건조기부터 돌렸는데.. 이번엔 갑자기 청소가 하고 싶었다. 청소를 하고나니 다시 쓰레기가 눈에 들어온다. 쓰레기 배출은 신랑 담당이지만, 어쩐지 일반쓰레기며.. 재활용이며.. 음식물까지 전부 다 갖다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설거지도 하고 냉장고 정리를 또 했다. 

 

그리고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속옷에 갈색 분비물이 묻어 있었다. 지난주 병원에서 내진을 받은 후에 내진혈은 3일정도 비쳤다가 멈췄는데.. 분비물은 보였다 안보였다 반복했다. 이럴수도 있는 건가..? 하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일주일 내내 그랬으니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리고 머리를 말리는데 뭔가 소변같이 물컹하고 나왔다. 냄새도 거의 안나는 것 같고 아무런 색도 없다.. 그렇지만 소변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런데 속옷이 제법 축축하게 많이 젖었다. 양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좀 더 지켜봐야겠다 생각하고 머리를 마저 급히 말리면서.. 왠지 오늘 출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실내복이 아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혹시 모를 입원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또 한 번 물컹하고 뭔가 나오는 느낌이었다. 양수가 새고 있는 것 같았다.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양수인지 아닌지 검사를 해봐야한다며 진료실로 오라고 했다. 바로 신랑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고 퇴근하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양수가 새고 있는게 맞다면 당장 입원과 출산을 하게 될 텐데.. 얼마 전에 신랑이 주민등록초본을 떼 달라고 부탁했던게 생각났다. 부랴부랴 집 앞에 있는 무인발급기에 다녀와서 다시 짐을 싸기 시작하는데.. 다시 양수가 새는 느낌이 나서 봤더니 이번엔 피가 섞여 있었다. 바로 생리대를 착용하고 차분하게 마저 짐을 싸고 있는데 신랑이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생리대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바지가 젖을 정도의 많은 양의 양수가 콸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멘붕이었다.

 

진통이 시작되면 입원 당일날 싸야할 짐의 리스트까지 만들어두고 만반의 출산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양수가 터지니 리스트를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생각나는대로 바로 짐가방에 던져 구겨 넣었다. ㅋㅋㅋ 그리고 미리 사놓았던 오로패드를 꺼내입고 병원에 다시 전화했더니, 이번엔 그냥 바로 분만실로 가란다. 

 

그러나 분만실 담당쌤은 그래도 담당의를 만나서 양수가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진료실로 가란다. 그런데 하필 내 담당 선생님은 학회 참석으로 비번이었고, 또 하필이면 도착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다.. 급히 다른 선생님에게 진료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전광판에 내 이름과 응급이라는 단어가 떠 있었다. 아... 나 응급상황이구나... 그리고 몇 분 후, 또다시 양수가 콸콸콸 쏟아져서 이제는 오로패드도 소용이 없는 지경이었다. 초음파를 보기 위해 굴욕의자까지 가는 길에 피와 양수가 뚝뚝뚝 떨어졌다. 확인을 해보니 양수는 거의 없고, 자궁문은 2~3cm 열려있는 상태라고 했다. 

 

 

 3번의 무통주사

 

오후 2시반에 분만실로 이동해서 3시부터 촉진제가 투여되고 5시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그리고 저녁 7시에 자궁문이 겨우 3cm 열린 것을 확인하고 무통주사가 투여돼서 밤에는 잠깐 눈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무통천국을 만끽했다. 그러나 새벽 1시쯤,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내진결과 자궁문이 7~8cm 까지 열렸고 자궁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양수가 없기 때문에 진통주기가 평균보다 짧고 자주 있다고 하면서 두번째 무통주사가 투여됐다. 

 

항생제테스트
항생제 테스트와 링거

 

새벽 3시, 다시 무통빨이 떨어지면서 온몸이 덜덜 떨리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더니 내진결과 자궁문이 다 열렸는데 아기가 안내려오고 위에 있단다. 다시 세번째 무통주사가 투여됐고 새벽 6시~7시? 정도면 아기를 빨리 볼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절한 4시간의 힘주기

 

새벽 6시, 드디어 힘주기 연습에 들어갔는데... 응가 볼때처럼 항문쪽에 힘을 줘야 하는데.. 내가 너무 힘도 부족하고 힘주는 법을 전혀 모른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힘주기만 3시간을 해야 한다고 간호사쌤들이 걱정했다. 결국 우리가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됐고 간호사쌤들의 우려와 걱정도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런 일이 있을까봐 처음부터 제왕을 생각했었는데.. 결국 난 쌤들에게 무통때문에 더 느낌을 모르겠으니 무통을 꺼달라고 요청했다.

 

태동기계
태아의 심박수와 산모의 진통세기를 나타내는 기기

 

다른 임산부들은 분만전에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고 하는데.. 난 입원날 아침부터 물 한모금도 먹지 못했고 계속된 힘주기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진이 다 빠지고 점점 지쳐가다 힘주기한지 2시간만인 오전 8시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의 백기는 적절치 못한 타이밍이었다.

 

쌤들에게 다른 방법이 없는거냐..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힘주기만 해야 하는거냐고 호소했지만, 수술은 이미 때가 늦었고 오로지 힘주기를 해서 아기를 밑으로 내리는 방법밖에 없고, 어느 정도 아기가 밑으로 내려와야 배를 눌러주든 회음부를 벌려주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럴 단계도 아니기 때문에 산모 스스로 오로지 힘주기를 해서 해결해야한다며 다른사람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없고, 의료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단다. 거의 다 왔으니 앞으로 1시간만 더 버티면 분만할수 있다며 다독여주고 가셨지만 난 그말에 오히려 더 좌절했다.

 

그런 상황과 나의 모습에 신랑이 눈물을 보였다. 자신이 어떻게든 도움을 줄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사실과 처절하게 힘주며 애쓰는 나의 모습에 신랑까지 정신력이 무너졌던 것이다. 그런 신랑을 보니 맘고생하고 있는 신랑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옆에서 밤새 잠도 못자고 쉼없이 패드를 갈아주고 물을 먹여주며 애쓰고 있는 신랑의 모습에 난 다시 처절하게 2시간동안 더 힘주기를 계속했다.

 

 

 

 

 까꿍이를 만나다

 

10월 22일 오전 10시경.. 아기가 밑으로 다 내려왔는지 항문에 엄청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침대 양쪽에 있는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고 상체를 들어올리고.. 그렇게 힘주기만 4시간.. 하지만 본격적인 분만은 이제 시작이었다. 드디어 의료진들이 바쁜 분만 준비에 들어갔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위에서 배를 세게 눌러서 아기를 빼낼테니 많이 아프고 힘들더라고 잘해보자며 다독여주셨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앞으로 2시간을 더 진통과 힘주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의료진들의 지시에 맞춰 있는 힘껏 힘 주기를 2번... 그리고 3번째.. "우리 이번에 아기 만날 거예요"라는 말씀과 함께 뚫어뻥 같은 걸로 아기를 꺼내는데 성공했다. 뭔가 따뜻한 게 쑤우욱 나오고 "10시 12분 남아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까꿍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신랑과 나는 둘이 껴안고 꺼이꺼이 울면서 수고했다며.. 고생했다며.. 울지말라고 서로 다독여주었다. 

 

신랑은 까꿍의 탯줄을 잘라주었고 의료진의 후처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나는 까꿍이를 품에 안았다. 품에 안긴 까꿍이는 너무너무 따뜻했고 꼬물꼬물 움직이며 힘차게 울고 있었다. 그런 아기를 안고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다시 또 폭풍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고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며 대성통곡했다.ㅋㅋ 의료진들도 진짜 고생 많았다며 축하하고 끝까지 포기 안 하고 대단하다고 다독여주셨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민망하다 ㅋㅋ)

 

진짜 위대한 생명의 탄생이라는 말이 절로 느껴졌다.

 

까꿍이
만나서 반가워 까꿍씨

 

우리가 진통과 힘주기 그리고 분만까지 끝내는 동안 분만실의 당직 선생님은 2번이나 바뀌고 결국 담당 선생님이 아기를 받아주셨다. 그리고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다른 부부 3쌍은 이미 출산을 마치고 돌아갔고, 분만실에 있는 동안 쉼 없이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까꿍이가 더 궁금하고 얼른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더해 갔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도 힘겹게 까꿍이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를 듣기까지 처절한 순간들이었다.

 

까꿍이에게 너무 오랜 시간 힘들게해서 너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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