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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출산] 출산 2주차 지옥이 되어버린 조리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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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되어버린 조리원 생활

 

 

 

 적응 마친 조리원?

 

조리원 생활에 적응이 되고 출산 2주차에 접어들면서 이제 퇴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초반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집에 가면 혼자 아기를 케어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난 산후도우미를 쓸 생각이 없었고, 조리원 퇴소 후에 바로 친정으로 갈 계획이라 한편으로는 엄마만 믿고 있었던 마음이 컸었다. 철딱서니ㅋㅋ

아기는 2주차에 접어들면서 어느새 다리에 힘이 생겼는지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고, 아침수유때는 엄마의 품과 냄새, 그리고 목소리를 알아듣는지 아침 인사하면 방긋방긋 웃어주었다. 그 웃음을 보면 바로 녹아내린다. 😍

 

아기발
2021년 11월 1일, 생후 11일차

 

 

 모유 스트레스

 

결혼 전부터 친정엄마에게 자주 듣던 말 중 하나가 모유양이 많아서 힘이 드셨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모유가 잘 나올 줄 알고 걱정을 1도 안 했고, 당연히 완모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중한 초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초유는 출산 후, 약 1주일동안만 나오고, 색이 유난히 노란빛을 띄는게 특징이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모유 양은 점점 늘고, 색도 점점 연해서 거의 하얀색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이놈의 모유가 뭐길래..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같은 날 입소한 다른 산모의 모유양과 자꾸 비교하게 되고, 적은 양이 담긴 우유병을 들고 다니면 엄청 위축된다. 그리고 양가 엄마들은 매번 통화할 때마다 젖은 잘 나오냐고 쉬지 않고 물어본다 ㅋㅋㅋㅋ 아놔 😤 

초유
출산 후 7일차 초유

 

그런데 또 참 아이러니한 것은.. 초유라는 것은 일정 기간동안에만 나오기 때문에 양은 적지만 엄청 소중한 존재다. 그걸 모르고 초반에는 양이 적은 이 소중한 초유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더니, 나중에는 하얗게 나오는 많은 양의 모유를 보면 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ㅋㅋ

 

 

 공포의 수유 시간


그런데 2주차에 접어들면서 아이가 우유 먹는 모습이 이상해졌다. 우유를 먹다가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울고 사래가 걸려서 또 숨 넘어가게 울고를 반복했다. 분명 지난주까지는 없던 반응과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의 수유자세에 문제가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다른 산모들의 수유자세도 관찰해보고, 나의 자세에 문제가 있는지 봐달라고도 하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공부하며 수유자세를 연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엄마인 내가 제대로 못해서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제는 매일 수유할때마다 공포감이 생겼다. 그렇다고 미루고 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당장 퇴소 후에 친정엄마에게 간다고 해도, 내가 이 아이의 엄마이고, 엄마이기 때문에 문제를 피할 것이 아니라 두렵고 무섭고 힘들더라도 부딪혀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이곳, 조리원에 있을 때 문제를 풀고 싶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어느 날, 혼자 아기를 케어해야하는 모자동 시간에 숨이 넘어가게 우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결국 신생아실 선생님께 달려갔다. 그리고 나의 수유자세에 문제가 있는지 봐달라고도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트림을 시켜보라는 거였다. 그리고 한별이의 경우는 워낙에 잘 먹고 많이 먹는 유형이라 중간에 꼭 트림을 시키라는 팁까지 주셨다.

 

아기가 울때는 세 가지를 살펴보라고 한다. 첫 번째는 배가 고파서이고, 두번째는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신호이고, 마지막은 안아달라는 신호라고 한다. 하지만 속이 불편해서 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위의 세 가지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속이 불편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니 트림을 시켜보라는 것이다.

 

 

 

 트림이 문제였어!

 

방금 전에 우유를 먹었으니 배고픈 건 아니고, 기저귀도 아니고, 안아달라는 건가 싶어서 안고 있었더니 자는 것도 아닌데 칭얼거림이 계속 대다가 꺼억하고 트림을 한다. '아! 트림이었구나!'를 깨닫고 다시 우유를 먹이면 안 먹는다고 입을 꾹 닫는 것이다. 그 뒤부터 수유 후에는 항상 충분히 안아서 트림을 시켜주었다.

 

트림시키기
수유 후 트림 시키기

 

그리고 어느날, 모자동 시간에 잠들어 있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침대에 눕혀놨는데..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빽 하고 우는 것이다. 기저귀를 확인해 봤지만 깨끗했다. 아이를 안아서 토닥이는데 눈을 감고 있다. 그렇다면.. 배가 고파서도 아닌 거 같고.. 그런데.. 얼마 후에 아이가 트림을 꺼억 하는 것이다. '아.. 트림 때문에 속이 불편했구나..' 그리고 다시 아이를 침대에 눕혔는데 또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또 자지러지게 우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아이를 안았더니 또 트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아이는 트림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자고 자다 깨다를 3번이나 반복했다. 왜 계속 트림때문에 잠을 깊게 못 자고 깨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불신이 싹트다

 

조리원 입소때부터 신생아실 선생님들은 젖병을 주면서, 아이에게 꼭 다 먹여야 한다고 하셨다. 만약에 산모가 다 못 먹였을 때는 선생님들이 다시 먹인다고 하셨다. 그리고 항상 나에게 말씀하셨다. 한별이가 워낙 잘 먹는단다. 다른 또래의 애들보다 20ml씩 더 먹는단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다.

 

보고서
아이의 상태를 주기별로 알려준다

 

그런데 입소때부터 좀 이상한 장면을 몇 번 목격하긴 했다. 방금 전에 수유 콜을 받고 수유를 충분히 하고 돌아왔는데, 아기가 더 먹고 싶어 한다며 수유콜이 다시 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서 먹이면 아이는 먹지 않겠다고 입을 꾹 닫았다. 그래서 신생아실로 다시 들여보내고.. 정수기에 물을 가지러 나가는 사이에 신생아실을 보면 한별이가 선생님 품에 안겨 우유를 또 먹고 있는 것이다. 방금 전에 안 먹어서 들여보냈는데 우유를 또 먹는다?? 왜지? 난 내가 우유를 잘 못 먹여서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아무리 잘 먹는 아이라도 신생아가 120ml까지 먹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난 아기와 신생아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신생아실 선생님 1명당 케어해야 할 아이의 인원이 5~6명은 돼보였고, 케어해야 할 아기가 많다 보니, 아기가 울면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문제 해결을 한다거나 안아서 달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젖병부터 물리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난... 신생아실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급하게 먹는 아이

 

한별이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왜! 자꾸!! 사래가 걸리는지..!! 다른 아기들은 세상 얌전하고 이쁘고 사랑스럽게 우유를 10~15분 동안 먹고, 아기 엄마들은 트림까지 시키고 유유자적 돌아가는데.. 난 수유시간만 30분이 걸렸다. 처음엔 내가 수유자세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별이에게 수유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 모유수유 선생님께서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한별이의 경우는 빠는 욕구가 강하고, 빠는 힘도 세고, 성격도 급해서 먹는 게 급하다고 하셨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그린맘 젖병이 맞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집에 돌아가면 빨기 힘든 젖꼭지를 찾아서 젖병을 꼭 바꿔주라고 하셨다. 아...... (이런 귀하고 소중한 말씀을 해주신 선생님 다시 뵈면 엎드려 절이라도 해드리고 싶다.)

 

젖병
우리 모자를 힘들게 했던 그린맘 젖병

 

한별이의 이상했던 점은, 방금 정량의 우유를 다 먹었는데, 다시 또 입을 쩍쩍 벌리며 우유를 찾고 정신없이 젖병을 빨며 꿀꺽꿀꺽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우유를 더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트림이 올라오니 속이 불편해서 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아이쿠! 엄청 잘 먹는 아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신생아실 선생님들도 그 모습을 보고 아기가 워낙 잘 먹고 많이 먹는 편이라고 했던 것이다. 만약 신생아실 선생님들이 내 아이를 좀 더 유심히 지켜보고 제대로 파악했다면 '잘 먹는 아이예요', '많이 먹는 아이예요'라고 파악하고 산모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내 아이에 대한 관찰과 파악을 끝내고, 끊임없이 오는 모든 수유콜을 다 받고, 수유실에 갈 때마다 언제, 마지막에 우유를 얼마큼 먹었는지 물어보고 체크하기 시작했다.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과정은 처음부터 엄마가 했어야 할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매번 수유콜을 받고 체크해보니 한별이의 경우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먹는 경우는 맞지만, 그렇다고 그 양이 다른 아기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편도 아니었고 약 2시간씩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일정한 양의 우유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알지 못하고 애가 보채서.. 애가 울어서.. 애가 안 자서.. 무턱대고 젖병부터 아이한테 물리니 아무것도 모르는 신생아는 그저 속이 불편한 와중에 젖병이 들어오니 빨았던 것뿐이었다.. 그러니 아이는 속이 더 더부룩하고 불편했던 것이다. 그저 트림 한번 시켜주면 될 것을..

 

 

 

 산후조리가 뭔가요..?


나는 방을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면서 아이가 울거나, 잠에서 깼거나, 선생님 품에 안겨 우유를 먹고 있으면 내가 직접 먹이겠다고 수유실로 달려갔다. 아기 케어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이상, 산후조리는 포기하고, 예약해뒀던 전신 마사지도 모두 취소하고, 오로지 한별이에게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돼서 손과 발이 퉁퉁 부어 아프고 불편하고, 아이까지 직접 다 케어하려니까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 그야말로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급기야 나의 불신과 불만은 극에 달했고 조기퇴소까지 고민했으나 어느새 2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퇴소는 포기하고 하루빨리 이 지옥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임신 때부터 심각해지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가족들의 면회도 안되고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탓에 꼼짝없이 혼자 조리원에 2주 동안 박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왠지 나의 성격상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조리원이 천국이라는 말과 몸 생각해서 있다가 나오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내키지 않았지만 조리원 입소를 결정했고, 심지어 계약하고 나서도 1주일만 계약할걸 그랬나.. 하고 끊임없이 후회했다. 그리고 산후조리만 생각한 내 이기심 때문에 아이를 너무 힘들게 했던 건 아닌지 죄책감에 눈물도 많이 흘리며 지옥 같았던 나의 조리원 생활이 끝이 났다.

조리원을 결정할 때는 산모도 산모지만, 신생아실 선생님이 한 명당 케어하는 신생아의 수도 매우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곧 조리원에 들어갈 산모가 주변에 있다면,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신생아실 너무 믿지 말라고....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아가야..

엄마도 처음이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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